No_where 보이지 않는 도시들
2015-06-30 22:26:50 , Tuesday

드라마 세트장을 가본 적이 있다. 한 공간에 여러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가변 벽들이 여기저기 놓여있고 그 사이로 많은 소품들이 그 곳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형상으로 놓여 져 있었다. 자기의 장소를 찾지 못한 물건들의 모습에서 이 사회에서 정체성을 갖지 못해 이리저리 떠도는 소외된 사람들의 초라한 현재를 보는 듯 했다. 드라마란 우리 주변의 일상과 그를 초월한 상상의 세계를 조합해 놓은 또 다른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문학에서와 같이 이미 익숙해진 대상을 제대로 보고, 정확하게 인식시켜주는, 좀 더 깊이 있게 인식하게 되면 동시에 새롭게 보인다는... 즉 이미 알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는 점을 얘기해주는 장르의 하나이다. 그 점을 실현시키는 장치로서 보여주고 싶은 것/곳과 보이고 싶지 않은 대상들이 공존하는, 또 한 순간의 꿈과 같이 사라져 버리는 것/곳이 드라마세트장이다.  여기저기 뚫린 공간으로 다른 세계를 엿볼 수 있으며 과거와 현재가, 기억과 기억이 연결되는 현실과 그곳으로 부터의 일탈이 연결 되는 지점인 것이다.  

Strange site 사진시리즈는 친숙하고 익숙한 것/곳들에 대한 객관적 거리감과 비판의식을 갖고 한 작업이다. 또 다른 의미 관계를 만들어 대상을 새로운 원근법 속에 넣어 주변을 환기 시키는 방법으로 공간/장소를 얘기하려 한다. 브레히트 Brecht가 주장한 일반적인 것에 낯설게 보기를 강요함으로서 익숙한 것의 관념의 가치를 상기시키고 역설적으로 일반성 자체를 부정해버림으로서 일반성을 강조하려 하였다. 재조합된 사물들과 공간들이 현실의 재현일 뿐 현실 그 자체는 아니라는 내용을 수동적인 수용 보다는 비판적이며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작업하였다. 공간의 확장이 시간과 연결되어 과거의 공간/장소를 넘어, 넓은 의미의 개인의 역사가 사회와 공유된 모습으로 환원된 결과물들이다. 여기에서 보여 지는 공간/장소들은 익명의 즉 이름을 갖지 못한 것/곳들이다. 수명을 다하여 폐쇄되었거나(옛 기무사건물 내부) 일련의 사건들에 의해 준공허가가 나지 않아 잠정적으로 버려졌거나(창동 지하철역사), 아니면 아직 시공 중에 있는(경기도 일원 신도시에 건축 중인 건물들의 내부) 것/곳들로 이 시대가 갖고 있는 사회적 문제와 신화를 지니고 있다. 보여 지는 모든 것/곳에는 그 자체 고유한 역사와 의미가 있지만 그 지점에 대해선 각별한 문제제기와 환기를 하지 않았다. 웹(Web)상에서 이루어지는 엄청난 진화속도를 기반으로 한 화면에 링크가 되어 열린 여러 창을 통해 점점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지금, 머물고 있는 “여기”는 목적지가 아닌 이동 중에 거쳐 가는 곳일 뿐이고 “아무”곳도 또는 “어떤” 곳이든 다 될 수 있는 보다 넓은 의미를 지닌 지점 이라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 따라서 이번 시리즈뿐 아니라 예전의 내 작업 전체를 통해서 표현하려한 이 사회 안에서의 정체성의 소멸과 타의(혹은 자의)에 의해 이루어지는 익명화에 대한 주제에 반反하지 않게 공간 혹은 공간성/장소 또는 장소성을 얘기하면서 다른 개념으로 확장 되는 것을 지양하기에 모든 사진의 제목을 불특정하게 일련번호로 명명하였다.  

정착된 삶보다 유목민적인 삶이 또 가상현실의 삶이 빠른 속도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이 시대에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일상이, 그 내부의 부조리가 어느 순간 어둠에 몸을 숨기고 틈을 노리다 비밀과 기괴함으로 무장하여 불안하고 낯선 형태로 다가 오는 모습과 주위의 버려진 익명의 도시 공간/장소들의 충돌을 사진매체를 통해서 그려 본다. “디지털 사진은 현실의 시간 안에 있다. 디지털 작업으로 이루어진 이 작업들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 부재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무언가를 증명한다.” 라고 보드리야르 Baudrillard가 이야기 했듯이... 그러는 동안 나/우리 주변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어떤” 의미도 없는 듯 흘러간다.                _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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