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_아리아드네의 실 2015_이민호
2015-09-13 18:40:46 , Tuesday

그렇게 끝없이...
   미로_아리아드네의 실


굴뚝에서 나오는 연기는 하늘로 올라가 구름이 되고 다시 실타래의 형태로 내려와 공간에 머문다.
삶에서 나온 부산물이 자연의 순환에 연결되어 가장자리에 머물다 다시 삶의 공간 하지만 시작과 끝의 경계가 모호한 장소로 돌아오는 순환의 고리를 얘기한다. 실타래가 의미하는 끝없이 이어지는 미로_물질적, 정신적 미로_가 삶의 주변을 무심한 듯 부유하며 주위를 환기시키는 장면이다.

나의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정체성, 익명성에 관한 얘기이다. 이번 사진작업 시리즈에서는 그리스신화의 “아리아드네의 실”로 정신적 미로와 그 장소의 무한반복 속에서의 길. 즉 정체성을 잃은 현재 우리의 정신들을 투영해 보았다. 미로는 가능성과 불가능성 자체가 불투명하고 불확실한 '모호함' 이 지배하는 장소이다. 불가능해 보이는 출구 찾기 자체가 삶의 중심적인 관건이라면, 삶은 그 불가능해 보이는 출구를 찾는데 바쳐질 수밖에 없다. 익숙한 듯 현실에 널려 있는 사물들과 폐쇄된 공간으로부터 벗어나 출구를 향해 나아가며 외부와의 소통의 끈을 놓지 않으려는... 장소와 시간을 전혀 암시하지 않는 공기와 빛, 소리들이 만드는 이름 없는 풍경, 정교하고도 광택 나는 거리감으로 이루어진 익명으로 연결되는 지점과 분리의 지점을 얘기하려한다.

미로는 한 번 들어가면 길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공간이다. 그 속에서 무엇을 만나게 될지 그것이 어떤 존재인지 알지 못한 채 모험을 떠나야 한다. 바로 이 때문에 미로는 삶의 여정에 비유된다. 언제 미로에 뛰어들었는지 알아채기도 전에 우리는 지도 한 장 없이 그 속을 헤맨다. “당신의 미로에 있는 세 개의 선은 너무 많아. 나는 단 하나의 직선으로 된 그리스의 어느 미로에 대해 알고 있지. 수많은 철학자들이 그 직선 속에서 길을 잃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라고 보르헤스가 그의 소설에서 묘사했던 시간과 공간의 미로, 눈으로 보는 실제형태의 미로가 아닌 정신적 의미로의 미로를 무한 반복적이지만 미묘하게 변형된 형태로 시각적으로 재현하려 하는 것이 이번 작업의 주제이다. 미로에 대한 얘기를 하기에 적합한 사물들 중의 하나인 실 뭉치들. 아직은 형태를 갖추지 못한 재료에 불과한, 어떻게 또 어디로 연결 될지 모르는 시간과 공간에 의해 완전히 다르게 갖춰지게 될 물질로 나는 보았다. 또 한편으로는 인간의 정신의 회로, 삶의 가닥들로 환원시켜 보았다. 한 인간 개체 속의 무한 반복되는 생각들과 감정의 씨줄 날줄들이 잘 정돈되거나 엉겨있는 모습으로 이곳저곳을 배회하는 모습이다.

일상에서 한 발자국을 밖으로 뻗으면 불안의 구멍에 빠질 것 같은 순간들이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과학혁명과 그에 따른 급격한 기후변화들, 또는 멀지 않았던 과거의 몇몇 생활패턴들을 완전히 잊고 이젠 일상에서 쓰게 된 첨단기기들을 받아들여 응용하며 살고 있는 지금, 공상과학 영화의 이미지들이 현실이 아니라는 생각조차 불분명해지는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주위풍경. _시간과 함께 어우러진 인공적 풍경들은 자연풍경과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그 모호함이 좋다._ 그 속에 던져진 우리를 생각해 본다.
                                                                                                                              이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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