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rtable Landscape - 바로크적 상상력 - 신혜경
2011-04-23 02:44:58 , Tuesday

일상의 풍경에서 일탈을 꿈꾸고 있는 작가 이민호, 그녀를 처음 만난 것은 일년전 소격동의 한 갤러리에서였다. 도시 풍경과 자연 풍경을 확대/축소하고 자르고 덧붙인 풍경화는 작가 자신의 내면 풍경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었다. 작가의 삶이 오롯이 드러난 풍경화는 기억과 현실 풍경의 파편들을 섬세하게 변주하면서 탈출구를 찾고 있었다. 이민호의 작품은 익히 알고 있는 일상의 풍경을 ‘휴대용 풍경’으로 전환하면서 개인화되어가는 현대의 맞춤형 풍경화처럼 해석될 수 도 있지만 그 안에는 현대인의 강박적인 욕망을 넘어선 영원한 오딧세이의 꿈이 들어 있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줄 ‘바로크 풍경’은 바로크적인 환상이 덧칠된 일탈이다. 이민호가 추구하는 것은 풍경이 아니라 모험심으로 채워진 여행이다. 현대인의 삶은 그 어느 때보다도 역동적인 상상력에 매료되고 있다. 느끼고 체화되기도 전에 스피디하게 사라져버리는 현대인의 슬픈 단상으로부터 오는 허탈함을 매일 경험하기 때문일 것이다. 변절의 풍경을 과감히 버리고 날아가고 싶은 피터팬의 욕망으로 가득한 작가는 오늘도 현대의 풍경을 새롭게 각색하고 연출하면서 현대인이 추구하는 욕망의 파편을 재구성하고 있다. 바로크적인 아이러니로 가득한 이번 작품은 그래서 현대의 초상처럼 낯설지 않다.

알레고리적 바로크
사실 바로크는 ‘일그러진 큰 진주’라는 어원으로 과장되고 왜곡되어 그 가치가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의미로 시작되었고 파격적이고 동적인 표현이 그 특징이다. 특히 미술에서의 바로크는 불규칙적이고 화려한 것을 의미하고 정형화된 규칙이나 비례로부터 벗어난 것들을 즐긴다.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이민호의 작품은 조형적 장치인 색깔과 장식에서 바로크적인 특징을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면 ‘Portable Landscape Ⅲ  N7, N8, N16’은 붉은색 커튼이 화면 전체를 뒤덮고 있는 배경에 작은 황금빛 액자가 있고 그 속의 풍경 이미지 속에는 또 다른 풍경을 담은 현대식 휴대용 가방이 놓여 있다. 바로크풍의 붉은 빛과 황금빛이 주류를 이룬 이들 작품에는 롤랑 바르트가 ‘카메라 루시다’에서 언급했던 ‘스튜디움(studium)’과 ‘푼크툼 (punctum)’이 공존한다.

“스튜디움은 나른한 욕망, 잡다한 흥미, 분별없는 취향 따위의 지극히 넓은 영역이다.(...)사진은 위험한 것인데 스튜디움은 그것을 코드화 시킴으로서 사회에 환원해 준다.(...)푼크툼은 세부, 다시 말하면 부분적인 대상이다. 또한 푼크툼의 실례를 보여준다는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무방비 상태로 찔릴 때의 적나라함으로 나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다.”(롤랑 바르트의 ‘카메라 루시다’중에서)

바로크적인 공간 표현, 색의 강렬함, 풍부한 장식은 바로크적 코드을 배열한 일반적인 정보에 관한 ‘스튜디움(studium)’처럼 읽혀지고, 마지막 이미지, 즉 액자 속의 공간은 코드화 될 수 없는 작은 요소지만 우리의 마음을 찌르는 상처 같은 흔적, ‘푼크툼 (punctum)’으로 다가온다. 뾰족한 창처럼 우리의 눈을 찌르고, 우리를 상상하게 하고, 정점처럼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액자 속의 공간은 이미지가 아니라 비상하는 욕망의 출구처럼 생각된다. 타인에게는 평범한 도시 풍경의 잔상처럼 느껴질 수 있는 작은 디테일은 가슴속에 오랫동안 남아있는 푼크툼,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일탈에 대한 통로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영화, 메트릭스에서 나오는 열쇠처럼 그 통로는 어디든지 떠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속의 이동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전체적으로 드러나는 붉은빛 커튼과 황금빛 액자, 액자속의 공간, 커튼사이로 보이는 이미지, 이미지속의 또 다른 이미지, 휴대용 여행 가방은 고전적 의미의 바로크적 장치와는 다른 의미이다. 알레고리적 바로크라고나 할까...

바로크와 포스트모더니즘
비대칭적이고 극적인 모습의 바로크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다양한 현상과 닮아있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인 파편화, 다양성, 혼혈성 등 분열적이고 혼성적인 현상들은 바로크적인 비정상, 기괴함, 과장, 과도한 장식과 그 문맥을 같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바로크시대가 다시 도래했다.’ 라는 미학적 담론이 형성될 정도로 그 관계성은 밀접하다. 이민호의 작품세계 또한 바로크적인 요소가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키지만 그 안에는 불규칙적이고 불완전한 양식을 하나의 사고체계로 받아들이는 포스트모던적인 현상들이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바로크적 상상력이 작동된 ‘Portable Landscape’는 그래서 이중적인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무대을 상징하는 붉은 커튼은 알레고리적 외양과 함께 바로크를 감각적으로 사진으로 옮겨 놓은듯 하지만 바로크적 상상력은 지속적으로 가동되어 현대사회가 품고 있는 다양한 양상을 극대화 시켜서 보여주고 있다. 현대사회의 특징인 절대적인 것을 거부하는 상대성과 해체주의의 모습은 지극히 바로크적이다. 바로크는 과거로의 귀환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의 하이브리적 현상을 표현하는 역사성과 현대성이 혼합된 현상으로 재평가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의 이민호의 작품은 화려한 바로크풍 무대 뒤에 감추어진 과거와 현실이 혼합된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의 변주곡처럼 읽혀진다. 그래서 이민호의 작품은 풍경사진으로 범주화될 수 없다. 풍경화를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산업사회가 추구하는 인간 욕구의 잔재가 작품 곳곳에 묻어있기 때문이다. 욕망을 억제시키는 후기 산업사회 시대에 보내는 메시지처럼 해석되는 이번 작품들은 욕구해소를 위한 좁은길의 통로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인다. ‘욕망하는 기계’로서의 현대인에게 일탈할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하는 친절한 사진이미지에서 잠시 다른 내일을 꿈꿔본다. 상상력 너머에 있을 ‘Portable Landscape’의 다음 기착점을 생각해 보는 것 또한 이번 작품을 보는 재미이고 일탈이다. 계속될 오딧세이의 여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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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Minho By HA Gye-Hoon, {Professor of the Graduate School of Dan kook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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